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열외인종 잔혹사. 나는 너무 멍청해서 아무것도 모르겠다.

시작은 좋았다.

이름도 좋았다.

열외인종 잔혹사란다. 나는 이 소설이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과 비슷한 줄 알았다. 왜냐하면 제목에서 그런 냄새가 풍겼으니까


길을 걷다보면, 인터넷을 하다보면, 텔레비젼을 보다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.

어느 기차역에나 있는 노숙자라던가, 취업을 위해 물불 안가리는 20대들이라던가, 꿈도 희망도 미래도 좆도 아무것도 없이 방황하는 청소년들, 혹은 인생의 쓰고 달고 모든 맛을 다 본 꼰대할아버지.

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이들이다.

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들 아닌가? 이 소설은 이 사람들의 인생을 시간대별로 구성해서 보여준다고 했다.


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시작해서, 인간궁상답게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었다. 시간대별로 한 사람씩 삶을 보여준다는 것은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지만 소설의 내용에 집중하는데에는 그리 도움이 안되는 것 같았다. 누가 10시 10분에 뭐했는지 주르륵~ 쓰고 그 다음에 다른 사람이 뭐 했는지 주르륵~ 쓰면 그냥 이건 각 주인공들이 시간대별로 뭐 했는지 보여주는 내용일 뿐이었으니까. 예를 들어 나는 지금 이 시간에 블로그 포스팅을 하고 있지만 어떤 사람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겠지? 그냥 TV에서 화면 네 개 분할시켜놓고 CCTV 돌리듯 보여주는 모습 같았다.

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에 내용이 흡입력이 있어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. 각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정말 너무나 현실적이라서, 진짜 사람사는 냄새가 나서, 가끔가다가 현실에서 보는 사람과 전혀 차이가 없을 정도로 각각 캐릭터들의 표현력이 좋았기 때문이다.


중간까지도 문제가 없었다. 이 인간궁상들이 시간대별로 살아가다가 중간중간 서로 행동이 겹쳐서 만나게 되는가, 하는데 이런 부분들도 스토리가 좋았기 때문이다. 왜냐하면 얘도 병신이고 쟤도 병신인데 서로 "뭐야 이 병신은" 하면서 경멸하는 모습들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.


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전부 만나고, 소설이 클라이막스로 갈수록 점점 나는 이 소설이 재미있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. 갑자기 사람들을 죽이질 않나, 무슨 주사를 쳐맞고 스팀팩인 것마냥 엄청 쎄져서 다 때려눕히더니 점점 소설이 판타지처럼 변해갔다. 그러더니 결국엔 "아 씨발 꿈"이라더라.


전형적인 용두사미의 소설이다. 왜 이 소설가는 잘 쓰다가 뒤에 가서 소설을 망친건지 잘 모르겠다. 아니, 내가 멍청해서 이 소설가가 하고 싶은 말을 캐치하지 못한걸수도 있다. 왜냐하면 이 소설은 한겨례문학상 수상작이니까. 그 사람들이 나보다 똑똑할텐데 그 사람들은 이 소설가가 하고 싶은 말을 캐치해냈나보지? 그렇지만 내가 보기엔 진짜 열심히 소설을 쓰다가 앞에서 너무 힘을 써버려서 끝을 어떻게 맺어야될 지 몰라서 이렇게 끝낸걸로밖에 안보였다.

이건 뭐 감동도 없고, 재미도 없고... 딱 이 말이 맞는 느낌? 중간까지만 읽고 말았다면 이 소설을 남에게 추천해줬을수도 있었겠다. "난 아직 결말은 못봤는데 재밌더라"라고. 근데 이미 다 읽어봤으니까 별로 추천하고 싶진 않다.

10점 만점에 3점정도?